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708

디자인의 디자인 _ 하라 켄야 '디자인'이라는 행위의 본질은 하나다. 오늘날 디자이너에게는, 이 본질을 인식한 후 어떠한 형태로 현대 사회에 관여해 나갈 것인가 하는 '자신의 직능과 사회와의 관계'를 재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개념적 확장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은 디자인 영역으로 시선을 돌려 그것을 각 디자이너가 스스로의 방법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실제로 디자이너들은 빛을 향하는 짚신벌레와 같이 본능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하는 디자이너의 일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여 그에 어울리는 정보의 형태를 알리고 최적의 미디어를 통해서 그것들을 사회에 유통시켜 나가는 것이다. 낡은 미디어에 집착하는 자세도, 새로운 미디어를 고집하는 자세도 모두 부자연스럽다. 마셜 맥루한.. 2012. 1. 30.
나의 소소한 일상 _ 다자이 오사무 산문집 술을 싫어하다 술을 마시면 기분을 속일 수가 있어서 엉터리를 지껄여도 그다지 내심 반성하지 않게 되어 정말 도움이 된다. 그 대신에 술이 깨면 후회도 심하다. 땅바닥을 구르면서 와, 하고 크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가슴이 쿵쿵 뛰고 안절부절 못한다. 뭐라 할 수 없이 울적하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술을 알고나서 벌써 십 년이 지났지만, 전혀 그 기분에 익숙해지질 않는다. 태연하게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부끄럽고 후회가 되어 글자 그대로 뒹군다. 그럼 술을 관두면 될 텐데, 친구의 얼굴을 보면 역시 이상하게 흥분되어 겁에 질려 떠는 듯한 전율을 전신에 느끼고,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못 견디는 것이다. 성가신 일이다. 나태라는 트럼프 비너스는 결심했다. 1월 1일 아침 일찍 신들의 아버지 주피터의 .. 2012. 1. 30.
갑을고시원 체류기 _ 박민규 그 귓속의 달팽이관 속의 달팽이처럼, 나는 잠시 고요한 감회에 젖어들었다. 그랬다. 나는 분명 쥐의 몸에서 자라난 사람 귓속의 달팽이관속의 달팽이처럼, 그 고시원의 복도 끝 방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당신이 그런 고시원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면, 부디 라는 식의 힐난은 삼가주기 바란다. 장담컨대, 세상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잘 둘러보면 그런 고시원의 복도 끝 방에 인간이 사는 것처럼, 그런 귓속의 달팽이관 속에 달팽기가 살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다를 바 없는 얘기다. 그러니까 이것은 - 그런 귓속의 달팽이관 같은 고시원의 복도 끝 방에 살았던 인간의 이야기이다. 이미 십년도 전의 일이지만 그 고시원의 유전자는 분명 나의 몸 속에 이식되어 있다. 어쩌.. 2012. 1. 30.
헤드락 _ 박민규 곧이어 아시아와 인디아 두개의 대륙처럼, 좌뇌와 우뇌가 충돌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히말라야 같은 것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아아, 절로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급속도로 머리속이 뜨거워졌고, 언뜻 치솟은 히말라야의 산정에서 눈사태, 같은 것이 일어났다. 감정과 상관없는 눈물과 콧물이, 그래서 마치 홍수처럼 뿜어져나왔다.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너가 없었다면 이토록 아프진 않을 텐데 라며, 비좁은 두개골 속에서 서로를 밀고 밀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이미 좌뇌의 나와 우뇌의 나로 분명하게 나뉘어있었다. 뭐가 이래, 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를, 그 순간부터 나는 상실한 것이었다. 분하지도, 슬프지도, 참담하지도 않았다. 돌이켜보면, 껍질이 깨진 호두에게 또 무슨 감정이 .. 2012.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