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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4

순간의 꽃 _ 고은 *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할머니가 말하셨다아주 사소한 일바늘에실 꿰는 것도 온몸으로 하거라 요즘은 바늘구멍이 안 보여 *정신병원은 화려하다나는 황제다 나는 육군소장이다나는 UN 사무총장이다 나는 가수 박훈아다나는 신이다나는 미스코리아다나는 탤런트 김보길이다 정신병원은 정신병원의 별관이다 *장날 파장 때지난해 죽은 삼만이 어미도얼핏 보였다저승에서도 장 보러 왔나 보다 *서시베리아 저지대에니세이 강 상공을 지나간다오브 강토볼스크 쯤인가옴스크 쯤인가고도 1만 킬로미터 창 안의 나에게저 아래한 유리창 햇빛이 반사되어 날아왔다 3초쯤이 전부였나 곧 우랄 산맥 상공을 지나갔다 잘 .. 2012. 5. 28.
[시집] 작은 기도_이해인 *꽃의 말 고통을 그렇게 낭만적으로 말하면나는 슬퍼요 필 때도 아프고질 때도 아파요 당신이 나를 자꾸바라보면 부끄럽고떠나가면 서운하고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가 더 많아미안하고 미안해요 삶은 늘 신기하고배울 게 많아울다가도 웃지요 예쁘다고 말해주는당신이 곁에 있어행복하고 고마워요 앉아서도 멀리 갈게요노래를 멈추지 않는 삶으로겸손한 향기가 될게요 *어떤 행복 하늘이 바다인지바다가 하늘인지 기쁨이 슬픔인지슬픔이 기쁨인지 삶이 죽음인지죽음이 삶인지 꿈이 생시인지생시가 꿈인지 밤이 낮인지낮이 밤인지 문득문득 분간을못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분간을 잘 못하는이런 것들이별로 문제가 되지 않네요그냥 행복하네요 이런 행복을무어라고 해야할지그냥이름 없는 행복이라고 말할래요 *꽃을 보고 오렴 네가 울고 싶으면꽃을 보아라 웃고.. 2012. 5. 21.
[시집] 작은 기쁨_이해인 * 고백 당신 때문인가요?딱히 할 말은 없는데마구 가슴이뛰어요 딱히 할 일도 없는데자꾸만 마음이 바빠져요가시밭길로 보이던 세상이 갑자기 꽃밭으로 보여요제가 사랑에 빠진 것 맞지요? *사랑 1 그저 가만히당신을 생각만 하는데도내 조그만 심장이콩쾅거려요아무도 모르게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은내 심장이 멎을까보아걸음을 더 빨리 합니다아무도 모르게 2 진작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해죄송합니다진작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해죄송합니다지금이라도 알게 해주시니감사합니다 *작은 기쁨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작은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작은 기쁨을 부르고밤에 눈을 감으며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나의 내면을 밝히고커다란 강물이 되어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작은 기쁨이 지어준.. 2012. 5. 21.
[시집] 작은 위로_이해인 *보고 싶다는 말은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너의 목소리 들을 때마다노래가 되는 말평생을 들어도가슴이 뛰는 말 사랑한다는 말보다더 감칠맛 나는네 말 속에 들어 있는평범하지만 깊디깊은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 나에게도 푸른 파도 밀려오고내 마음에도 다시새가 날고.. *길 위에서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없어서는 아니 될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환한 불 밝혀주는사랑의 말들로다른 이를 통해내 안에 들어와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사소한 갈등과 고민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뭉게뭉게 피어오르는나 자신에 대한 무력함도 내가 되기 위해꼭 필요한 것이라고오늘도 몇 번.. 2012.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