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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헤드락 _ 박민규

by yoni_k 2012. 1. 30.


곧이어 아시아와 인디아 두개의 대륙처럼, 좌뇌와 우뇌가 충돌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히말라야 같은 것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아아, 절로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급속도로 머리속이 뜨거워졌고, 언뜻 치솟은 히말라야의 산정에서 눈사태, 같은 것이 일어났다. 감정과 상관없는 눈물과 콧물이, 그래서 마치 홍수처럼 뿜어져나왔다.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너가 없었다면 이토록 아프진 않을 텐데 라며, 비좁은 두개골 속에서 서로를 밀고 밀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이미 좌뇌의 나와 우뇌의 나로 분명하게 나뉘어있었다. 뭐가 이래, 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나>를, 그 순간부터 나는 상실한 것이었다. 분하지도, 슬프지도, 참담하지도 않았다. 돌이켜보면, 껍질이 깨진 호두에게 또 무슨 감정이 남아 있겠는가?




어느새 신경안정제는 나의 주식이 되었다. 인간이 별게 아니란 생각이 그때 들었다. 맞으면 - 아프고, 뉘으치고, 숙이고, 무섭고, 궁리하고, 포기하고, 빌붙고, 헤매고, 재빨라지고, 갈라지고, 참담하고, 슬프고, 후련하고, 그립고, 분하고, 못 잊고, 죽고 싶고, 쓰라리지만 이를테면 몇 알의 약, 그 미약한 몇 밀리그램의 화학물질만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삶을 영위해나가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 나는 아무렇지 않았고, 건강했고, 건장했다. 정말이지 이 년이란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완전히 다른 생물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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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락에 대한 어떠한 의미부여가 있었는데, 까먹었다. 다시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