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_ 박민규
어느 순간,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해졌다. 더 나빠질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 불안이란 감정 자체가 사라진 것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삶이 그래서 시작되었다. 세상을 끌고 나가는 건 2%의 인간이다. 입버릇처럼 담인은 그런 얘길 했는데 , 역시나라는 생각이다. 치수를 보면, 확실히 그런 인간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출마를 하고, 연설을 하고, 사람을 뽑고, 룰을 정하는 - 좋다. 납득 한다. 이 많은 인간들을 누군가는 움직여야 하는 거니까. 수긍한다. 나머지 98%의 인간이 속거나, 고분고분하거나, 그저 시키는대로 움직이거나 - 그것은 또 그 자체로 세상의 동력이니까. 문제는 바로 나 같은 인간이다. 나와, 모이이 같은 인간이다. 도대체가 데이터가 없다 .생명력도 없고,동력..
2012. 1. 30.
헤드락 _ 박민규
곧이어 아시아와 인디아 두개의 대륙처럼, 좌뇌와 우뇌가 충돌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히말라야 같은 것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아아, 절로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급속도로 머리속이 뜨거워졌고, 언뜻 치솟은 히말라야의 산정에서 눈사태, 같은 것이 일어났다. 감정과 상관없는 눈물과 콧물이, 그래서 마치 홍수처럼 뿜어져나왔다.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너가 없었다면 이토록 아프진 않을 텐데 라며, 비좁은 두개골 속에서 서로를 밀고 밀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이미 좌뇌의 나와 우뇌의 나로 분명하게 나뉘어있었다. 뭐가 이래, 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를, 그 순간부터 나는 상실한 것이었다. 분하지도, 슬프지도, 참담하지도 않았다. 돌이켜보면, 껍질이 깨진 호두에게 또 무슨 감정이 ..
2012.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