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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 김해자 삼백 날이 다가오도록 일기 한 장 쓰지 못한 나는 삼백 날이 넘도록 울면서 시 한 줄 쓰지 못한 나는 그래서 하루의 무용담을 노래하지 못하는 나는 일 년 삼백예순 날 누군가를 위해 울지 못한 나는 이 밤중에 나의 누추를 운다 고개 돌려 나의 상처에 귀기울인 동안 겨울이 가고 어느새 나뭇잎은 무성해지고 누군가는 또 병들었다 내 앞의, 내 안의, 또 내 뒤의 고단함에 지쳐 병석에서 뱃살만 늘려온 나는 죄만 늘려온 나는 아니다 아니다 고개만 흔들어온 나는 지금 한밤중이다 한밤중 - 김해자 2013. 4. 21.
좋은 블로그 http://blog.daum.net/miogi/16905885 2013. 4. 21.
데드 슬로우 - 김해자 큰 배가 항구에 접안하듯 큰 사랑은 죽을 만큼 느리게 온다 나를 이끌어다오 작은 몸이여 , 온 몸의 힘 다 내려놓고 예인선 따라 가는 거대한 배처럼 큰 사랑은 그리 순하고 조심스럽게 온다 가도 가도 망망한 바다 풀 어헤드로 달려왔으나 그대에게 닿기는 이리 힘들구나 서두르지 마라 나도 죽을 만치 숨죽이고 그대에게 가고 있다 서러워하지 마라 이번 생엔 그대에게 다는 못 닿을 수도 있다 데드 슬로우 / 김해자 2013. 4. 21.
되풀이 겨우내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왔지만 그 봄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어요 세상일이라는 것이 뭐 쉽게 되는게 있나요 왜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지. 마음대로 되지 않아 간절히 원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겠지요? 보고싶어요. 생각하면 마음이 울렁거려요. 당신과 온종일 사랑을 말하고 싶어요. 당신과 있는 시간은 참 편안해요.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에요. 당신이 무엇이여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어버려요. 당신과 있으면 말이에요. 아마도 뜨거운 이 내 마음을 당신께 전할 수 없겠지요? 이 마음은 나 홀로 간직해야겠지요?. 참아야지요. 참아야지요. 모두가 평안했으면 하는 어려운 기도를 드릴 뿐이여요. 평안한밤되길. 궁금하고, 또 궁금하네요. 보고싶고, 또 보고싶네요. 2013.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