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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20

낮은 곳으로 _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2013. 10. 23.
어떤 기쁨 _ 고은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세계의 어디선가누가 생각했던 것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세계의 어디선가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세계의 어디선가누가 막 생각하려는 것울지 마라 얼마나 기쁜 일인가이 세계에서이 세계의 어디에서나는 수많은 나로 이루어졌다얼마나 기쁜 일인가나는 수많은 남과 남으로 이루어졌다울지 마라 - 어떤 기쁨 / 고은 2013. 8. 29.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_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2013. 8. 23.
독백_류근 차마 어쩌지 못하고 눈발을 쏟아내는 저녁 하늘처럼내게도 사랑은 그렇게 찾아오는 것이다밀린 월급을 품고 귀가하는 가장처럼가난한 옆구리에 낀 군고구마 봉지처럼조금은 가볍고 따스해진 걸음으로 찾아오는 것이다오래 기다린 사람일수록 이 지상에서그를 알아보는 일이 어렵지 않기를 기도하며내가 잠든 새 그가 다녀가는 일이 없기를 기도하며등줄 아래 착한 편지 한 장 놓아두는 것이다그러면 사랑은 내 기도에 날개를 씻고 큰 강과 저문 숲 건너 고요히 내 어깨에 내리는 것이다모든 지나간 사랑은 내 생애에진실로 나를 찾아온 사랑 아니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새처럼 반짝이며 물고기처럼 명랑한 음성으로오로지 내 오랜 슬픔을 위해서만 속삭여주는 것이다나는 비로소 깨끗한 울음 한 잎으로 피어나그의 무릎에 고단했던 그리움과 상처들을 내려놓.. 2013.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