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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20

Dear_스윗소로우 또 하루가 지나가네 빨간 노을이 밉기만 한 저녁 매일 보는 이 풍경도 오랜 추억인 듯 아련해질까 시간은 참 야속하기만 해 아쉬울 때 더 빨리 흐르네 어느 새 다가와 버린 그 날에 우린 어떤 모습일까 눈물은 보이지 않기를 행여 어두운 표정 스치지 않기를 다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처럼 웃으며 보낼 수 있기를 쉽게 잠이 오질 않아 매일 조금씩 멀어져가는 기분 꿈꾸듯 너를 보내고 눈을 뜨면 다 지나가 있기를 너와 함께 다 견뎌왔기에 더욱 불안한 마음 숨길 수가 없네 또 다시 빨라진 가슴 가만히 쓸어내리며 다 괜찮아 잘 할꺼야 서로가 만든 빈 자리를 자꾸 미안하다 말하지 않기를 다만 어쩔 줄 모르는 지금 우리 모습 너무 빨리 잊지 않기를 어깨 활짝 펴고 항상 당당하길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아프지 않.. 2014. 6. 12.
추억의 힘줄은 불수의근(不隨意筋)이니 _ 황동규 왜 아버님 추억은마지막 부분만 떠오르는지 보청기 낀 귀에 손바닥 오므려 대시던 얼굴만 떠오르는지. 새벽 3시 잠 속에서 기어 나와 집을 떠 아 아직 인간이 배 매는 자리 마음에 떠오르지 않던 곳 백령도매듭 하나 지으려고 인천 부두에서 배에 오를 때부터 이불솜처럼 끼는 안개,가을비 한 차례 뿌려도 시계 30미터의 안개,하늘과 바다가 다섯 시간 동안 완강하게 사라졌다.이 속에서 예수와 불타가 만나면모르는 사이에 서로 구면이 되리라. 초행길, 사람 무서워 않고 달려드는 갈매기와 해풍에 키 줄어든 어눌한 황국(黃菊) 뿐.꽃 내음에 빠진 듯 일행에 뒤쳐져자꾸 따라오는 늙은 애완견 같은 추억을황국 속에 남몰래 얽어 놓고 만취해 생각 필름 끊긴 하룻밤을 보내고안개 속에 고깃배들 모여 서로 낮은 소리 주고받는 섬을 떠.. 2014. 6. 6.
너를 기다리는 동안 _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내 가슴에 쿵쿵거린다.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너였다가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다시 문이 닫힌다.사랑하는 이여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________________ 2014. 4. 24.
순정 _ 이병률 비가 오고 마르는 동안 내 마음에 살이 붙다 마른 등뼈에 살이 붙다 잊어도 살 수 있을까 싶은 조밀한 그 자리에 꿈처럼 살이 붙다 풍경을 벗기면 벗길수록 죄가 솟구치는 자리에 뭔지 모를 것이 끊어져 자리라고 할 수 없는 자리에 그 짐승 같은 시간들을 밀지 못해서 잡지 못해서살이 붙어 흉이 많다 2013.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