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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130

인간실격 _ 다자이 오사무 넙치의 말투는, 아니, 세상 사람들 모두의 말투는 이런 식으로 까다롭고, 어딘가 애매하고, 발뺌이라도 하듯이 복잡미묘하며, 전혀 무익하게 느껴지는 엄중한 경계와, 무수히 많고 까다로운 술책이 숨겨져 있기에, 당혹한 저는 언제나 될 대로 되라는 식이 되어, 익살로 얼버무리거나 혹은 무언의 긍정으로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맡기는, 이른바 패배의 태도를 취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어치파 들킬 것이 뻔한데,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이 두려워서, 반드시 무언가 장식을 덧붙이는 것이 저의 서글픈 성격입니다. 그 성격은 세상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며 경멸하는 성격과 비슷하지만, 저는 제 자신이 이익을 보려고 그러한 장식을 덧붙인 적은 거의 없었고, 단지 분위기가 일변하여 흥이 깨지는 것이 질식할 정도로 두려웠기.. 2012. 1. 29.
청춘의 문장들 _ 김연수 _ 내게 삶이라는 건 직선의 단순한 길이 아니라 곡선의 복잡한 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때다.그게 사랑이든 복권이든 당첨이든, 심지어는 12시 가까울 무렵 버스를 기다리는 일이든 기다리는 그 즉시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다. 효율성과 경제성의 시각으로 냉정하게 검토하자면 삶이라는 건 대단히 엉성하게 만든 물건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원하는 순간에 얻을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깔끔할까? 그렇다면 술에 취해서 통화를 거부하는 사람의 음성사서함에다 대고 질질 짜는 소리를 한다거나 고작 변 심한 애인 때문에 M16A1 소총이라는 무시무시한 흉기를 들고 사회에 나온다거나 피곤한 하루를 역시 피곤한 운전기사와 함께 버스의 배차간격의 문제점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토론하며 끝내는 일 따위는 없어질텐데.. 2012.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