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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간실격 _ 다자이 오사무

by yoni_k 2012. 1. 29.


넙치의 말투는, 아니, 세상 사람들 모두의 말투는 이런 식으로 까다롭고, 어딘가 애매하고, 발뺌이라도 하듯이 복잡미묘하며,

전혀 무익하게 느껴지는 엄중한 경계와, 무수히 많고 까다로운 술책이 숨겨져 있기에, 당혹한 저는 언제나 될 대로 되라는 식이 되어, 

익살로 얼버무리거나 혹은 무언의 긍정으로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맡기는, 이른바 패배의 태도를 취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어치파 들킬 것이 뻔한데,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이 두려워서, 반드시 무언가 장식을 덧붙이는 것이 저의 서글픈 성격입니다. 

그 성격은 세상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며 경멸하는 성격과 비슷하지만, 저는 제 자신이 이익을 보려고 그러한 장식을 

덧붙인 적은 거의 없었고, 단지 분위기가 일변하여 흥이 깨지는 것이 질식할 정도로 두려웠기 때문에, 나중에 제가 불이익을 

당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필사적인 봉사', 그 봉사가 아무리 삐뚤어지고 연약하여 바보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 봉사하는 기분에서, 결국 하마디를 장식을 해 두는 경우가 많았던 듯한 느낌도 듭니다만, 그러나 나중에는 이 습성도 또한, 

세상의 이른바 '정직한 사람'들에게 잔뜩 이용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빈곤에 대한 공포감은 있어도, 경멸감은 없었습니다.  


세상. 그럭저럭 저도 세상이라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과 개인의 싸움에서, 더구나 당장의 싸움에서, 더구나 그 자리에서 이기면 된다. 이간은 결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순간순간의 단판 승부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아갈 방도가 없는 것이다. 대의 명분 따위를 부르짖으면서도, 노력하는 목표는 반드시 개인, 개인을 초월하여 또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하며 이 세상이라는 대패의 환영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다소 해방되어, 예전처럼 이것저것 끊임없이 걱정하는 일도 없이, 말하자면 당장의 필요에 응하여, 어느 정도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법을 익히게 된 것 입니다.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단지, 모든 것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 있어서, 단하나, 진리라고 생각된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단지, 모든 것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저는 금년에 스물일곱이 됩니다. 흰머리가 눈에 띄게 많아 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흔 이상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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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슴푸레나마 나 자신을 파괴하며 지냈던 적이 있었다.
바로 그때 이 책을 만났지.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자신의 무너질 수 록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더욱 무너지게 되는 행위.
개인과 세상의 침묵게임. 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희망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없는 상황. 
그리고 마지막엔 행복도 불행도 없는 그러한 상황. 그냥 지나온 시간만이 존재할 뿐.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죽어가는 그의 마지막 말은 참으로 인상깊구나.
단지, 모든 것은 지나가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