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130 순간의 꽃 _ 고은 *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할머니가 말하셨다아주 사소한 일바늘에실 꿰는 것도 온몸으로 하거라 요즘은 바늘구멍이 안 보여 *정신병원은 화려하다나는 황제다 나는 육군소장이다나는 UN 사무총장이다 나는 가수 박훈아다나는 신이다나는 미스코리아다나는 탤런트 김보길이다 정신병원은 정신병원의 별관이다 *장날 파장 때지난해 죽은 삼만이 어미도얼핏 보였다저승에서도 장 보러 왔나 보다 *서시베리아 저지대에니세이 강 상공을 지나간다오브 강토볼스크 쯤인가옴스크 쯤인가고도 1만 킬로미터 창 안의 나에게저 아래한 유리창 햇빛이 반사되어 날아왔다 3초쯤이 전부였나 곧 우랄 산맥 상공을 지나갔다 잘 .. 2012. 5. 28. 고엽 _ 자크 프레베르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했던 나날들을그때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인생은 훨신 더 아름다웠지마른 잎들을 갈퀴로 모으고 있네.나는 그 나날들을 잊을 수가 없어..마른 잎들을 갈퀴로 모으고 있네모든 추억과 모든 뉘우침도 다 함께북풍은 그 모든 것을싣고 가느니망각의 춥고 어두운 밤 저편으로나는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는 없었지네가 불러준 그 노랫소리그건 우리 마음 그대로의 노래였고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했고우리 둘은 언제나 함께 살았었네하지만 인생은 남몰래 소리도 없이사랑하는 이들을 갈라놓네그리고 헤어지는 연인들이 모래에 남긴 발자취는 물결이 다 지워버리네 2012. 5. 27.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_ 공지영 가끔 이런 이들의 생애를 읽고 있으면 브레히트의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죽은 물고기만이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도 가끔은 아니, 실은 자주 강물을 따라 그저 두둥실 흘러가고만 싶어집니다. 적당히 과장하고 적당히 웃고 적당히 예의바르고 적당히 감추고 싶어집니다. 세상 사람들에게가 아니라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맘ㄹ입니다. 글마다 깨어있는 것이 명징한 삶의 징표라고 써대는 저도 가끔은 깨어있음보다 두둥실 죽어 떠내려가는 것이 훨씬 매혹적이라고 느껴집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해도 말이지요. 한사람을 사랑하는 작은 사랑 없이 큰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합니다. 위선이 되기 쉽지요. 작은 사랑만 보고 큰 사랑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이기적이 되.. 2012. 5. 21. 침이고인다_김애란 자신의 경험을 어찌 이리 담담히 그리고 세세히 표현할 수 있을까. 작가라는 사람들은 피곤도 하겠다. *침이고인다_샤워기를 틀자 쏴아 - 하고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린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순간은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도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 샤워기 아래서 그것을 아주 사실적이고 감각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 최고급은 아니더라도 보통보다 약간 좋은 목욕 용품으로 샤워를 하며, 쾌적함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에 대해 두려움 비슷한 안도감을 느낄 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선택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말이다. *성탄특선_"모두, 어디로 간 걸까?" 추위 때문에 팽팽해진 전신줄이 휘청거린다. 라디오에선 캐나다 국경 근처의 사슴이 전.. 2012. 5. 21.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