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_ 박민규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결국 내게 주어진 행운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서로의 이해가, 오해였음을 깨닫지 않아도 좋았다는 것... 해서 서로가 이해한 서로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었다는 것 .. 두 달이건 석 달이건, 아니 언제까지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거예요. 할아버지 정도..
2012.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