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_ 박민규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결국 내게 주어진 행운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서로의 이해가, 오해였음을 깨닫지 않아도 좋았다는 것... 해서 서로가 이해한 서로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었다는 것 .. 두 달이건 석 달이건, 아니 언제까지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거예요. 할아버지 정도..
2012. 3. 17.
누런 강 배 한 척 _ 박민규
굳이 이렇게 좋아야 할까 생각이 들 만큼이나 화사하고, 화사한 날씨였다. 네 개의 가시오가피 박수가, 그것을 든 한 사내의 뒷모습이 화사한 봄 속으로 사라져간다. 황사가 걷힌 하늘을 올려보며, 그래서 잘 왔다고 나는 생각을 한 것이다. 더없이 가벼이 화단에선가, 가로수에선가 꽃잎 몇장 떨어 진다, 떨어졌다. 왜 인생에선 낙법이 통하지 않는 것인가. 아들이, 그래서 아내의 전부가 되었다. 절로 이기적이고 의타심이 강한 인간으로 자라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내 책임이다. 아니, 누구의 책임인지 알 수 없다. 이제 더 줄 것도 없지만, 아니, 그래도 겨우 집 한 채가 남았지만, 더는 주지 않겠다고 나는 결심했다. 나에게도, 내 인생이란 게 있는 것이다. 치매를 앓는 아내에게도 아내의 인생이 있다. 집은 우리의..
2012.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