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_ 다자이 오사무
작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재작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전년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 이런 재미있는 시가, 전쟁이 끝난 직후 어느 신문에 실렸었는데, 정말로 지금 생각해 보아도, 갖가지 사건이 있었던 듯하면서도 역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든다. 내 가슴에 문득, 아버님과 나스 들판을 드라이브하다가 도중에 내렸을 때의, 들판의 가을 경치가 떠올랐다. 싸리꽃, 패랭이꽃, 용담, 마타리 등의 가을 꽃들이 피어 있었다. 산포도의 열매는 아직 푸른빛이었다. 그리고 아버님과 비와 호에서 모터보트를 탔을 때, 내가 물에 뛰어들자, 수초 사이에 사는 작은 물고기가 내 다리에 닿았고, 내 다리의 그림자가 호수 바닥에 뚜렷이 비쳐 움직이던 모습이, 아무런 맥락도 없이 문득 가슴에 떠올랐다가 사..
2012.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