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오징어의 기습1 대왕 오징어의 기습 _ 박민규 마치 당근을 꺾듯 전화를 끊었기 때문에, 나는 어떤 항변도 할 수 없었다. 억울해서 귀가 두세 배는 커진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나는 납득할 수 없었다. 다시 다이얼을 돌렸지만 전화는 계속 통화중이었다. 딸각. 아무래도, 나를 제외한 전 세계가 통화중인 기분이었다. 이상하게도 그후, 나는 대왕오징어에서 관심이 멀어졌다. 딱히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이래저래 새로운 관심사들이 생겨난 것이었다. B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생이 된 후로, 우리는 아무도 대왕오징어를 논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그랬다. 이것이 내가 아는 대왕오징어의 전부이다. 즉 수많은 주간을 살아오면서 내가 겪은 대왕오징어의 경향인 것이다. 결국 그 보다는, 보다 보편적인 다른 경향들에 의해 나는 조금씩 .. 2012. 1.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