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고시원 체류기1 갑을고시원 체류기 _ 박민규 그 귓속의 달팽이관 속의 달팽이처럼, 나는 잠시 고요한 감회에 젖어들었다. 그랬다. 나는 분명 쥐의 몸에서 자라난 사람 귓속의 달팽이관속의 달팽이처럼, 그 고시원의 복도 끝 방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당신이 그런 고시원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면, 부디 라는 식의 힐난은 삼가주기 바란다. 장담컨대, 세상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잘 둘러보면 그런 고시원의 복도 끝 방에 인간이 사는 것처럼, 그런 귓속의 달팽이관 속에 달팽기가 살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다를 바 없는 얘기다. 그러니까 이것은 - 그런 귓속의 달팽이관 같은 고시원의 복도 끝 방에 살았던 인간의 이야기이다. 이미 십년도 전의 일이지만 그 고시원의 유전자는 분명 나의 몸 속에 이식되어 있다. 어쩌.. 2012. 1.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