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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한밤중 - 김해자

by yoni_k 2013. 4. 21.

 

 

삼백 날이 다가오도록 일기 한 장 쓰지 못한 나는

삼백 날이 넘도록 울면서 시 한 줄 쓰지 못한 나는

그래서 하루의 무용담을 노래하지 못하는 나는

일 년 삼백예순 날 누군가를 위해 울지 못한 나는

이 밤중에 나의 누추를 운다

고개 돌려 나의 상처에 귀기울인 동안

겨울이 가고 어느새 나뭇잎은 무성해지고

누군가는 또 병들었다

내 앞의, 내 안의, 또 내 뒤의 고단함에 지쳐

병석에서 뱃살만 늘려온 나는 죄만 늘려온 나는

아니다 아니다 고개만 흔들어온 나는

지금 한밤중이다

 

 

한밤중 - 김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