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지금가장뜨거운스타. 조셉고든레빗.

by yoni_k 2012. 10. 12.

커버스토리

최근 지각 변동을 겪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덤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배우는 조셉 고든 레빗이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올해로 24년째 배우로 살고 있는 이 배우는, 틴에이저 시절 시트콤으로 주목 받았고 이후 인디펜던트 영화의 개성파 배우가 되었으며, 최근엔 블록버스터까지 아우르고 있는 중. 강렬한 카리스마나 조각같은 외모를 내세우진 않지만, 묘한 마스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감성 연기는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의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루퍼]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시간 속의 방랑자가 되는, 우리에겐 '조토끼'라는 애칭으로 친숙한 그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글 l 김형석(영화 저널리스트)       구성 |  네이버 영화

조셉 고든 레빗 A to Z
Alien 외계인 캐릭터
1, 2, 3.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과 함께 성장해가는 고든 레빗. 4. 주요 출연진들을 찍은 프로모션 컷. 존 리스고, 크리스틴 존스턴, 프렌치 스튜어트 그리고 고든 레빗.
조셉 고든 레빗이 스타덤에 오른 계기는 NBC의 시트콤인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1996~2001). 지구인을 연구하기 위해 온 외계인들이 가족을 이뤄 살면서 생기는 해프닝을 다루었는데, 고든 레빗은 토미 솔로몬 역을 맡았다.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고 똑똑한 외계인이나, 지구에선 교외 지역에 사는 평범한 틴에이저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의 외계인들이 자신들을 유태인으로 설정하는데, 고든 레빗은 실제로 유태인. 방영 당시 저널들은 "유태인으로서 '유태인인 척하는 외계인'을 연기하는 점이 흥미롭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든 레빗은 15세부터 20세까지 틴에이저 시절의 대부분을 이 시트콤과 함께 성장했는데, 그가 보여주는 노련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는, 딕 솔로몬 역의 존 리스고와 샐리 솔로몬 역의 크리스틴 존스턴이 보여주는 오버 톤과 잘 조화를 이루었다. 이후 방송사 NBC는 음주 운전, 학교 폭력 등을 방지하자는 공익 광고에 토미 솔로몬 캐릭터의 고든 레빗을 출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고든 레빗은 마지막 시즌에, 자신에게 큰 인기를 가져다 준 이 시트콤에서 하차한다. "여전히 (토미 솔로몬 역을) 연기하는 건 재미있다. 하지만 초반의 열정은 사라졌다"는 게 하차의 이유. 대신 그는 콜럼비아 대학에 들어가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Brick [브릭]
1. [브릭]의 고든 레빗. 2, 3. [브릭]에서 고든 레빗의 헤어스타일은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스피겔에서 온 것이다.
2004년 좀 더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콜럼비아 대학을 그만 둔 고든 레빗이 선택한 영화는 [브릭](2005)이었다(라이언 존슨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이후 카메오로 출연한 [블룸 형제 사기단](2008)에 이어 최근작 [루퍼](2012)까지, 고든 레빗은 존슨 감독의 장편 영화 세 편에 모두 출연했다). 형편 없는 시나리오들을 받아보던 중 그는 [브릭]의 대사에 매료되었고 즉시 출연을 결정했다고. 사라진 여자친구 에밀리(에밀리 드 라빈)가 시체로 발견되고, 범인을 찾기 위해 브렌든(조셉 고든 레빗)이 나름의 수사를 벌이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평단에선 필름 느와르와 하이스쿨 드라마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감독은 스파게티 웨스턴과 일본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1998)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극중 고든 레빗의 헤어스타일은 [카우보이 비밥]의 캐릭터 스파이크 스피겔에서 온 것이다. 평단은 고든 레빗의 연기에 거의 기립박수를 보냈는데, "영화의 스타일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아름다운 연기"라며 "가장 모호한 방식으로 섹시한 느낌을" 주며 "차가운 톤이지만 영화의 몽환적인 느낌을 절대 깨지 않는" 그저 놀라운 연기라고 평가했다. 

Celebrity 셀러브리티
1, 2. [루퍼]의 프리미어와 기자 간담회. 영화 홍보를 위해 대중과 저널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해선 괜찮지만, 배우가 아닌 '셀러브리티'로서 여겨지는 것에 대해 고든 레빗은 거부감을 표시한다.
조셉 고든 레빗은 유명인사, 즉 '셀러브리티'가 된다는 것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에 출연하던 틴에이저 시절에 확립된 것인데, 당시 철 모르고 틴 매거진에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며 스타덤을 즐겼던 것에 대해 매우 후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공은 덫이 되었고, 시트콤이 성공을 거둘수록 난 점점 자유를 잃었다." 

이후 그는 셀러브리티에 대해 매우 체계적인 비판론자가 되었다. 그는 셀러브리티라는 것이, 사회가 개인을 속이는 기이한 개념 중 하나라며 "우주비행사나 교사가 배우보다 훨씬 더 놀라운 직업"이라고 말하며, 엔터테인먼트 관련 저널들은 단지 얄팍한 재미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셀러브리티가 평범한 대중보다 우월한 존재"인 것처럼 암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는 '셀러브리티의 잘못된 신화'에 대해 설명한다. 과거에 셀러브리티는 왕족들이었고, 배우는 매우 가난한 사람들이었다는 것. 하지만 신분제 사회가 사라진 후 쇼 비즈니스라는 것이 등장했고, 그러면서 지금의 셀러브리티 개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고든 레빗은 이 모든 것이 미국, 특히 할리우드가 저지른 일이라며 셀러브리티에 기반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난 그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쁜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탐욕과 이기심을 조장하며, 더 많은 돈을 가질수록 더 좋은 인간이 된다고 말한다." 

Debut 데뷔
1. 고든 레빗의 첫 작품인 TV 영화 [스트레인저 온 마이 랜드]. 2. TV 시리즈 [사선을 넘어].
조셉 고든 레빗이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한 건 네 살 때. 아동극 [오즈의 마법사]에서 허수아비 역을 맡아 무대에 선 꼬마 고든 레빗의 일거수일투족에 관객들은 뒤집어질 듯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그는 곧 에이전트의 눈에 들었고, 땅콩 버터, 코코아 시리얼, 팝 타르트, 아동용 신발 CF를 거쳐 일곱 살 때 TV 영화인 [스트레인저 온 마이 랜드 Stranger on My Land](1988)로 데뷔한다. 서부극 드라마로 토미 리 존스의 아들 역을 맡았다. 

이후 그는 4년 동안 브라운관에서 활동하며 TV 시리즈와 TV 영화에서 단역과 조연을 통해 아역 연기자로서 경험을 쌓는다. 어린 시절의 이러한 수련 기간은 그를 탄탄한 배우로 만들었는데 어른이 되어 "내 유일한 장점은 할리우드를 속속들이 잘 안다는 거다. 아마 내가 틴에이저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면 잘 몰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일곱 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 TV 시리즈 [다크 섀도우]. 2. TV 시리즈 [실세들].
이 시절 고든 레빗이 출연한 작품은, 먼저 TV 시리즈로는 마이클 J 폭스를 스타덤에 올렸던 [사랑의 가족](1988), 안젤라 랜스베리가 탐정으로 나오는 [제시카의 추리극장](1990) 그리고 [차이나 비치](1991) [사선을 넘어 Quantum Leap](1991) [LA 로](1991) 등 모두 1~2개의 에피소드에 잠깐 등장했지만, [사선을 넘어]로는 영 아티스트 어워즈에서 TV 시리즈 게스트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좀 더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했던 TV 시리즈는, 최근 팀 버튼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던 [다크 섀도우](1991). 1966~71년의 '원조 [다크 섀도우]'를 되살린 것으로, 고든 레빗은 콜린스 집안의 막내인 데이비드 콜린스 역을 맡았다. 정치 풍자극 [실세들 The Powers That Be](1992)로는 영 아티스트 어워즈 TV 시리즈 부문 아역상 후보에 올랐다. 한편 TV 영화에선 시트콤이나 TV 시리즈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Elektra Luxx [조셉 고든 레빗의 69채널]
1. [위민 인 트러블] 2. [조셉 고든 레빗의 69 채널]
최근 [루퍼]의 개봉과 함께, 갑자기 개봉 소식이 들려오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조셉 고든 레빗의 69 채널]이라는 '한국식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영화의 원제는 [엘릭트라 룩스 Elektra Luxx]. 2010년에 만들어진 영화로 2009년 영화 [위민 인 트러블]의 속편이다. [위민 인 트러블]은 LA에 사는 여섯 명의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삶이 뒤엉키는 24시간을 담은 작품. 칼라 구기노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포르노 스타 엘릭트라 룩스로 나오는데, [조셉 고든 레빗의 69채널]에선 은퇴를 선언한다. 

고든 레빗이 맡은 역할은 룩스의 팬이자 섹스 블로거인 버트 로드리게즈. 상심 속에서 그녀를 기리는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제목에선 그의 이름을 내세웠지만 사실 그는 조연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바스티안 구티에레즈 감독의 인디펜던트 영화로,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었던 [위민 인 트러블]에 비해 속편은 조금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현재 감독은 3편인 [위민 인 엑스터시]를 기획 중이다. 

50/50 50/50
1, 2. [50/50]의 장면들.
세스 로겐의 친구인 영국의 TV 쇼 프로듀서인 윌 라이저는 25세에 희귀암에 걸렸고, 로겐의 격려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옮겼다. 그 이야기를 만난 고든 레빗은 읽자마자 출연을 결심했고, 스스로 삭발을 하는 그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의 영화 [50/50](2011)는 그렇게 탄생했다. 삶과 죽음의 확률 50:50에 직면해 살아가는 남자 애덤의 이야기인 [50/50]. 비극적 상황 앞에서 희망과 웃음과 진지함을 잃지 않는 그의 연기는 또 한 번의 '폭풍 찬사'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고든 레빗에게 골든글로브 노미네이션의 영광을 안겼는데, 촬영 내내 그는 '죽음에 직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야 했다고. 한편 고든 레빗 전에 제임스 맥어보이에게 제안이 갔지만 고민 끝에 조용히 사양했다고 한다. 고든 레빗과 세스 로겐의 연기가, 비극과 코미디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만들어가는 영화. 

Grandfather 할아버지 마이클 고든
1. 마이클 고든. 2, 3. 그가 연출한 [필로우 토크] [시라노] 포스터.
조셉 고든 레빗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재능은 배우이자 감독인 외할아버지 마이클 고든에게서 왔다. 1930년대 예일 드라마 스쿨에서 엘리아 카잔과 함께 연기 수업을 받았던 그는 할리우드에 진출해 편집 일을 거쳐 감독이 되었으며 그가 1950년에 연출한 [시라노]의 호세 페러는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할리우드에 불었던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긴 세월 동안 메가폰을 들지 못했다. 이후 컴백해 록 허드슨과 도리스 데이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인 [필로우 토크](1959)를 연출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1970년대 초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동했다. 

Hesher [히셔]
1, 2. [히셔]의 고든 레빗
긴 머리, 조악한 문신, 예측 불가능하고 때론 폭력적인 행동. [히셔]에서 고든 레빗이 맡은 '히셔'라는 캐릭터는 히피나 부랑자 혹은 '꽃거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예전에 고든 레빗이 맡았던 역할과는 다른 그 무엇이다. 자동차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실의에 빠진 삶을 살아가던 소년 T.J(데빈 브로슈). 그 아이의 삶에 갑자기 뛰어든 히셔는 한 가족의 고여 있던 삶을 조금씩 흔든다. 

나탈리 포트먼이 제작하고 조연을 맡은 이 영화는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의 '이상한 면'(?)을 만날 수 있는 영화인데 대니얼 데이-루이스나 피터 셀러스 같은 카멜레온 스타일의 배우를 좋아하는 그에겐 선물 같았던 영화다. "[히셔]는 지금까지 가장 즐겼던 역할 중 하나다. 이 캐릭터는 나를 진정으로 수많은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켰다"는 고든 레빗. 메탈리카의 베이시스트인 클리프 버튼을 모델로 연기했다고 한다. 

Inception [인셉션]
1, 2. [인셉션]의 장면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2009)이 있긴 하지만, 고든 레빗이 본격적으로 '블록버스터'를 경험한 영화는 아마도 [인셉션](2010)이 처음일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만들어낸 엄청난 상상력과 스케일의 세계를 담은 이 영화는 원래 제임스 프랑코에게 먼저 러브콜이 갔으나 스케줄이 맞지 않아 고든 레빗이 출연하게 된 것. 그렇게 맡게 된 아서라는 캐릭터는 인셉션 과정에서 '포인트맨' 역할을 하며, 고든 레빗의 표현대로라면 "원칙적인 인간"으로서 "코브(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예술가라면 아서는 프로듀서"다. 

이 영화에서 고든 레빗이 가장 돋보였던 장면은 호텔 복도에서의 액션 신. 이 장면을 직접 소화하기 위해 그는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아야 했는데, 단 한 신을 빼놓고는 모든 액션을 직접 해냈다. "[인셉션] 덕분에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몸을 만들어봤다"는 고든 레빗은 이 영화에서 만난 놀런 감독과의 인연을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로 이어갔다. 

John Blake 존 블레이크
1, 2.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장면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당이 베인(톰 하디)으로 결정된 후, 이 시리즈의 팬들은 존 블레이크라는 캐릭터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다. 원작 코믹스의 내용으로 유추해, 베인에게 당한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을 대신해 존 블레이크가 배트맨으로 활동한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그렇게 뚜껑은 열렸고, 그가 영화 끝 무렵에 자신의 본명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묘한 짜릿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브루스 웨인의 동굴을 찾았을 땐, 혹시 이 시리즈가 고든 레빗을 주인공으로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마저 관객들은 살짝 가졌을 것이다. 

고든 레빗은 존 블레이크에 대해 "경찰관이 꿈이었고 자신이 하는 일을 신뢰하는 사람"이며 "냉소 속에서도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한편 이 역할엔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라이언 고슬링, 마크 러팔로 등이 물망에 올랐는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고든 서장(게리 올드먼)이나 브루스 웨인과 대비되는 젊고 이상주의적인 인물이 필요했다. 조셉은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 있는 젊은이를 표현하는 데 적임자"라는 이유로 그를 선택했다. 

Killshot [킬샷]
1, 2. [킬샷]의 장면들.
엘모어 레너드의 소설을 각색한 범죄 스릴러로, 원래는 토니 스코트 감독이 로버트 드 니로와 쿠엔틴 타란티노를 주연으로 만들려고 했던 프로젝트였다. 이후 [셰익스피어 인 러브](1998)의 존 매든 감독이 손을 댔고, 결국은 2008년에 미키 루크와 조셉 고든 레빗이 파트너를 이루었다. 고든 레빗이 맡은 역할은 우연히 킬러 블랙버드(미키 루크)와 짝을 이루게 되는 리치 닉스.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새파란 킬러다. 영화는 완성 후 소규모 개봉을 거쳐 DVD 시장으로 직행했다. 다이앤 레인도 출연하며, 고든 레빗의 야비한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Looper [루퍼]
1. [루퍼]의 한 장면. 2. 브루스 윌리스, 에밀리 블런트 그리고 고든 레빗.
[브릭]에서 만난 라이언 존슨 감독의 첫 블록버스터에 고든 레빗도 동승했다. 존슨을 "크리스토퍼 놀런이나 스필버그 감독 못지 않게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감독"이라고 말하는 고든 레빗은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루퍼](2012)를 선택했고, 감독도 고든 레빗을 염두에 두고 '조'라는 캐릭터를 발전시켰다. 그는 이 영화에서 미래에서 온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는데, 상대역은 다름 아닌 브루스 윌리스. 그와 비슷한 외모를 만들기 위해 촬영 전에 항상 세 시간의 메이크업을 거쳐야 했고, 윌리스가 녹음해준 대사를 들으며 비슷한 어투를 만들어냈다. 

고든 레빗이 존슨 감독과 [루퍼]의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건 10년 전의 일. [루퍼]도 [인셉션]처럼 꽤 복잡한 구조를 지닌 이야기인데, 그런 면이 고든 레빗에겐 신선하게 다가왔고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현재 북미 시장에선 개봉 2주차를 넘기면서 제작비 3,000만 달러를 넘어 4,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Mysterious Skin [미스테리어스 스킨]
1, 2. [미스테리어스 스킨]의 장면들.
고든 레빗에게 '영화적 사춘기'는 스무 살 때 왔다. 시트콤에서 하차한 그는 2000년에 콜럼비아 대학에 들어가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고([루퍼]에서 그는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킬러로 등장하기도 한다), 2004년까지 영화 현장보다는 대학 캠퍼스가 삶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다시 연기에 매진하기로 결심하며 학교를 그만두었고, 그는 곧 인디펜던트 영화계의 주목 받는 배우가 된다. 

첫 선택은 [매닉](2001). 고든 레빗은 치료 시설에서 또래들의 다양한 정신병을 접하게 되는 폭력적인 십대 라일 역을 맡았다. 조연으로 출연한 [래터 데이즈](2003)에 이은 [미스테리어스 스킨](2004)은 고든 레빗의 청춘기를 대표하는 작품. 그렉 아라키 감독의 작품으로, 고든 레빗은 어린 시절 야구 코치에게 동성 성폭행을 당한 후 남창으로 살아가는 십대 닐 역을 맡아 열연하는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폭력적인 세상에서 연약한 새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애틀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 [언서튼티]의 한 장면. 2. [룩아웃]의 한 장면.
이 영화를 정점으로 그의 '인디 커리어'는 계속되는데, 앞에서 언급했던 [브릭]을 포함해 [샤도우박서](2005)도 그러한 작품. 여성 킬러는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지막 암살을 기도하는데, 고든 레빗은 그녀를 진찰하는 의사로 등장한다. 이후 [룩아웃](2007)으로 조금씩 상업영화권에 진입했지만, 그리고 블록버스터 배우가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인디펜던트 영화에 열려 있는 배우인데, [언서튼티](2009)도 그러한 작품. 삶의 중요한 기로에 선 남녀의 이야기인 [언서튼티]는 고든 레빗에게, 오로지 연기만 집중하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작품. 이러한 창조적 과정이 그가 인디펜던트 영화를 아끼는 가장 큰 이유다. "나는 연기를 사랑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며 그 창조적 도전에 끊임없는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매우 다른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도전해가는 것, 나는 그 과정을 너무나 사랑한다." 

미라맥스가 배급하긴 했지만 [룩아웃]도 이 시기 고든 레빗을 대표하는 작품. 촉망 받는 하키 선수였으나 교통사고로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리게 되는 크리스 역을 맡았는데, [뉴욕 타임즈]는 이 영화의 고든 레빗을 본 후 '인디 신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라고 평가했고, 저널에선 그의 미니멀리즘적이면서도 캐릭터의 내면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스타일의 연기를 높게 평가했다. 

Next projects 차기작
1. [링컨]의 한 장면. 2. [돈 존스 어딕션] 현장의 고든 레빗과 줄리앤 무어.
현재 개봉을 대기하고 있는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야심 찬 프로젝트인 [링컨].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에이브러험 링컨으로 등장하며, 고든 레빗은 링컨의 아들인 로버트 토드 링컨 역을 맡았다. 이어지는 [돈 존스 어딕션 Don Jon's Addition]은 고든 레빗의 감독 데뷔작. 촬영을 마치고 현재 후반작업 중이며 스칼렛 요한슨, 줄리앤 무어 등이 출연한다. 포르노에 중독된 한 남자가 어느 중년 여성을 만나면서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게 되는 이야기. 고든 레빗이 주연을 맡았다. 

Online collaborative production 온라인 공동 작업
1. 고든 레빗의 사이트. 2. 그가 연출한 단편 [스팍스]의 한 장면.
조셉 고든 레빗은 2004년부터 히트리코드(www.hitrecord.org)라는 사이트를 운영중이다. "약간은 이상하고 덜 프로페셔널한 작업을 하는 얼터너티브적 공간"이라고 표현하는 이곳은 자신의 사적인 작업 공간이었으나 2009년부터는 좀 더 넓게 개방하여 다른 사람들의 작업물도 올리고 있다. 레너드 엘모어의 소설을 각색했고 칼라 구기노, 에릭 스톨츠가 출연하는 그의 단편 연출작 [스팍스 Sparks](2009년 선댄스영화제 출품작)를 볼 수 있는 곳도 바로 이곳. 그리고 그가 연출한 단편 애니메이션들도 만날 수 있다. 

Premium Rush [프리미엄 러쉬]
1, 2. [프리미엄 러쉬]의 장면들.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루퍼] 사이에 개봉된 [프리미엄 러쉬](2012)는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스릴러. 윌리(조셉 고든 레빗)는 도시의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퀵 배달부로, 그가 배달하는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 부패한 경찰이 뒤쫓는다. [쥬라기 공원](1993) [미션 임파서블](1996) 등의 시나리오를 쓴 데이비드 코엡이 연출한 작품으로, 놀라운 스피드와 함께 캐릭터를 따라 끊임없이 사건이 전개된다. 흥행에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평단의 반응은 좋았던 작품. 촬영 중 초스피드로 자전거를 몰던 고든 레빗은 택시와 충돌해 자전거는 산산조각 나고 팔을 30바늘 이상 꿰매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Queer 퀴어
1. TV 쇼 [요절복통 70쇼]의 한 장면. 2. 영화 [래터 데이즈]의 한 장면.
데뷔 초기부터 조셉 고든 레빗은 호모섹슈얼리티를 다룬 작품에 종종 출연했고, 게이 역할도 적잖게 맡았다. 그 시작은 [요절복통 70쇼](1998).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을 만들었던 터너 부부가 제작한 TV 쇼로, 고든 레빗은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그가 맡은 버디 모건이라는 캐릭터는 부잣집 도련님. 게이인 그는 에릭 포먼(토퍼 그레이스)에게 접근한다. 

[래터 데이즈](2003)는 그가 모르몬교 선교사로 등장하는 인디펜던트 영화인데, 진지한 퀴어 시네마로 고든 레빗은 조연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미스테리어스 스킨]은 퀴어 시네마의 명감독인 그렉 아라키의 영화. 고든 레빗은 이 영화에서 트라우마로 인해 거리의 남창으로 살아가게 되는 닐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한편 고든 레빗을 굴러싸고 게이설이 돌기도 했는데(톰 하디와 사귄다는!) 고든 레빗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River Runs Through It, A [흐르는 강물처럼]
1. [흐르는 강물처럼]의 고든 레빗. 2. [주어러]의 고든 레빗.
조셉 고든 레빗이 출연한 첫 극장용 영화는 [베토벤](1992). '학생 1'로 등장하는데, 웬만한 눈썰미가 아니고선 어느 장면에 등장하는지 알기 쉽지 않다. 다음 작품인 [흐르는 강물처럼](1992)은 영화계의 그의 존재를 확실히 알린 작품. 노먼 맥클인 역을 맡은 크레이그 쉬퍼의 어린 시절 역할이었는데, 동생 폴 역을 맡은 배우(밴 그래비지)가 전혀 연기 경험이 없는 꼬마였는데 형이자 선배 연기자로서 뛰어난 리더십을 보이며 좋은 연기를 선보였고, 영 아티스트 어워즈에서 아역상을 수상했다. 

이후 고든 레빗은 영화계에서도 아역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걷는데, 패트리샤 아퀘트가 주연을 맡은 범죄 코미디 [리틀 웨딩 Holy Matrimony](1994)에서도 꽤 큰 비중의 역할을 맡았고, 크리스토퍼 람베르의 범죄 액션 [야생화 The Road Killers](1994)를 거쳐 [외야의 천사들](1994)에선 주연을 맡아 너무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어러](1996)엔 데미 무어의 아들로 등장하기도 했다. 

Stop-Loss [스톱로스]
1, 2. [스톱로스]의 고든 레빗.
[소년은 울지 않는다](1999)의 킴벌리 피어스 감독이 만든 영화로, 이라크 전쟁 시기 전역을 중단했던 이른바 '스톱로스' 정책을 소재로 한 영화.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재파병되었던 상황을 중심으로, 전쟁이 그들에게 남긴 상처를 보여준다. 라이언 필립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고든 레빗은 알코올 문제로 불명예 제대를 하는 토미 버제스 역을 맡았다. 

10 Things I Hate About You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 2.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장면들.
고든 레빗이 아역을 벗어나 틴에이저 스타로서 영화계에 첫 선을 보인 영화는 [스위트 제인](1998). 사만다 마티스와 공연한 이 영화에서, 그는 가족 없이 쓸쓸히 살아가는 에이즈 보균자 십대로 등장해 역시 HIV 양성반응자인 제인(사만다 마티스)과 사랑에 빠진다. 이후 틴에이저 호러인 [할로윈 7 - H20](1998)을 거쳐, 그의 청춘 스타 시절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면 길 정거 감독의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999).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현대식으로 각색한 이 영화에서 그는 전학생인 캐머런 제임스 역을 맡아, 영화 속에선 비앙카(라리사 올레이닉)와 사랑에 빠지고, 현실에선 여주인공 캣 역을 맡았던 줄리아 스타일즈와 잠깐 로맨틱한 관계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 캣의 연인 패트릭 역을 맡은 히스 레저와 고든 레빗의 흡사한 외모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Uncle Bob [엉클 밥]
어린 시절 아동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한 고든 레빗은 TV와 영화를 거치는 동안 오랫동안 무대를 잊고 지니다가 스무 살이 되던 2001년, 오프 브로드웨이를 통해 성인 무대 연기자로 데뷔했다. 오스틴 펜들턴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엉클 밥]은 평단의 갈채를 받은 작품. 하지만 이후 지금까지 다시 무대에 서진 않았고, 대신 브로드웨이 쇼인 '슬라바스 스노우쇼'(Slava's Snowshow)의 공동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연극에 참여하고 있다. 

Villain 악당
1, 2.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장면들.
TV와 영화를 오가며 크고 작은 비중의 수많은 역할을 맡았고 카멜레온처럼 변신했던 조셉 고든 레빗이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악역을 찾아보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의롭고 바른 역할만 맡았다고도 할 수 없는 고든 레빗은, 어떻게 보면 중립적인 그리고 대부분은 연민의 대상이 되는 캐릭터를 맡아온 셈. 그렇다면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2009)은 그의 첫 블록버스터이자 전형화된 악당으로 등장한 드문 작품인 셈. 더 닥터/렉스 역을 맡았는데, 분량이 많진 않으며 게다가 제대로 얼굴을 드러낸 장면은 거의 없다. 

Walt Disney 디즈니 영화
1. [외야의 천사들]의 프로모션 컷. 2. 고든 레빗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보물성]의 짐 호킨스.
아역 배우 출신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있으니 바로 디즈니 영화에 출연하는 것. 고든 레빗은 틴에이저가 될 즈음 첫 디즈니 영화를 찍는데 [리틀 웨딩](1994)과 [외야의 천사들](1994)을 거쳤고 특히 [외야의 천사들]은 한 동안 그를 따라다니는 이미지가 되었다. 이후 애니메이션 [보물성](2002)에선 주인공 짐 호킨스의 목소리 연기를 맡기도. 이후 2008년에 출연한 [안나 성당의 기적]도 디즈니에서 제작한 작품이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 영화로 스파이크 리가 연출했고 존 터투로와 존 레귀자모가 등장한다. 한편 그가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자 캐릭터는 [덤보](1941)라고 한다. 

X-lovers 과거의 연인들
1.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한 장면. 고든 레빗과 올레이닉. 2.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의 렉시와 고든 레빗.
조셉 고든 레빗은 시끌벅적한 로맨스로 스캔들을 일으키는 타입의 스타는 아니다. 주로 함께 공연한 배우들과 좋은, 그리고 좀 더 발전된 관계를 맺곤 하는데 첫 청춘 로맨스 영화였던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선 여주인공 줄리아 스타일즈와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소문이 나기도. 그리고 촬영을 마친 후엔 극중 연인이었던 라리사 올레이닉과 2002년까지 실제 연인 관계로 지냈다. [브릭] 때 만난 미건 굿과도 잠시 연인이었던 고든 레빗. [500일의 썸머]에 댄서로 등장했던 배우이자 댄서 렉시와는 연인 관계를 맺을 때 함께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에반 레이첼 우드와 데본 아오키는 루머만 무성했던 사이. 가장 최근의 공식 연인은 배우인 피비 톤킨이었다. 

Youth 유년기
1981년 2월 17일 LA의 산 페르난도 밸리에서 태어난 조셉 고든 레빗은 유태인과 인디언 등 다양한 혈통을 물려받았다. 그의 부모는 매우 자유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는데, 진보 성향의 지역 라디오 방송사에서 일하다가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아버지 데니스 고든은 방송사에서 계속 일했고, 어머니 제인 고든은 1970년대에 '평화와 자유의 당' 후보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자유로운 가정 분위기 속에서 억압 없이 성장한 조셉 고든 레빗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영화적 혈통'을 일찍이 발견한 셈이다. 한편 조셉 고든 레빗에겐 7살 많은 형 댄 고든 레빗이 있었는데 불로 하는 묘기가 일품인 아티스트였지만, 안타깝게도 2010년에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Zooey Deschanel 주이 디샤넬
1, 2. [500일의 썸머]의 장면들.
조셉 고든 레빗은 주이 디샤넬과 두 편의 영화를 함께 찍었다. 첫 영화는 고든 레빗의 '인디 선언'과도 같았던 영화 [매닉](2005). 주이 디샤넬은 조연인 트레이시 역을 맡았다. 고든 레빗과 디샤넬의 화학 작용이 제대로 작동했던 작품은 마크 웹 감독의 [500일의 썸머]. 이 영화로 고든 레빗은 골든글로브 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는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작품인데, 많은 팬들이 꼽은 첫 번째 성공 요인은 바로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 뒤죽박죽 된 시간대 속에서 그는 열정과 실망 사이를 오가며 섬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