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1 [시집] 찬란 _ 이병률 _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광장에서 멀어지리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등을 켜려다 전구가 나갔고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이다 실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생명들이 뿌리까지 피곤한 것도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는 것도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 2012. 6.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