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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한달 후, 일년 후 _ 프랑수아즈 사강

by yoni_k 2012. 1. 30.







물론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녀가 살기 위해 그의 얼굴을 볼 필요가 있다는 것, 삼 년이 지났지만 날이 갈수록 그녀가 그를 더욱 사랑한다는 것을, 그에게는 그 사실이 거의 기괴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들이 사랑하던 시절 그 자신의 이미지 그리고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이 했던 일종의 결심을 즐겨 떠올릴 뿐이었다. 







니콜은 활자 매체에 대단하 존경심을 품고 있었고, 다른 사람의 직업에 대해 무척 경탄스러워했다. 그런 마음이 너무 심한 나머지 어리석게 여겨질 정도였고, 비판적인 평가를 전혀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는 아마도 그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면서 그 원고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믿었다.

'니콜은 자신이 필수불가결한 존재이길 원해. 정말이지 어리석은 여자야....'









어떤 여자들에게는 야망이 불러일으키는 흥분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없다.

반면 사랑은 그 여자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베르나르는 떠났고, 니콜은 눈물을 흘렸다. 이 모든 것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짐가방을 꾸리는 동안 베르나르에게는 자신의 인생 전체가 늘 예견되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보기 좋은 몸을 가진 것, 불안한 청년기를 보낸 것, 베아트리스와 관계를 맺게 된 것, 문학과 긴 관계를 맺은 것은 모두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본능적인 고통으로 인해 괴로움을 끼치고 있는, 조금음 무의미한 이 젊은 여자와 결혼한 것은 앞으로의 사실들보다 더욱 당연했다. 왜냐하면 그는 평범한 남자의 사소한 잔인함을 가진, 평범한 남자의 그렇고 그런 사연을 가진 같잖은 녀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암컷을 안심시켜주는 수컷 역할을 해야 했다.












그녀는 자동차에서 나와 들판 한가운데에 나 있는 길 위로 내려섰다. 그리고 파리에서와 똑같은 걸음걸이로, 무사태평하면서도 근심 어린 걸음걸이로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농장 하나, 나무 몇 그루를 지나쳤다. 길은 줄곧 평원 속으로 똑바로 이어지며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얼마 후 그녀가 뒤를 돌아다보았을 때, 자신의 충실한 검은 자동차가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올 때보다 더 천천히 돌아갔다. 그녀는 상태가 좋았다. 

"틀림없이 해결책이 있을 거야. 설사 해결책이 없다고 해도...."

그녀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며 하늘로 날아 올랐다.

"난 이런 휴식을 사랑해."











그는  공중전화용 토큰을 요청하기 전에 카운터 좌석에서 코냑 한 잔을 마셨다. 그는 조제에게 이렇게 말할 생각이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 말은 진실일 테지만,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할 터 였다. 

그가 그녀에게 그들의 사랑에 대해 말하자, 그녀는 그에게 사랑의 짧음에 대해 말했었다.

"일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에요."

그가 알고 있는 사람 중 오직 그녀, 조제만이 시간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격렬한 본능에 떠밀려 시간의 지속성을, 고독의 완전한 중지를 믿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 역시 그들과 같았다. 







"나리, 이 사실을 아셔야 해요. 여자에겐 시간은 아주 중요해요. 지나가버린 시간도 때로는 아직 의미가 있죠.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전혀 의미가 없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무의미한 대사가 에두아르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그는 그녀가 필요했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이 세개의 명제는 일련의 고통과 무력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가 거기서 벗어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푸아티에서 보낸 사흘은 올해가 허락한 유일한 선물이 될 것이고, 행복의 힘으로 그가 한 사람의 남자가 되었던 유일한 순간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불행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고통을 참아내기만 하는 사람은 추할 뿐이니까. 











그녀는 거실 다른 쪽 끄트머리에 있는 자크를 바라보았다. 

베르나르가 그녀의 시선을 뒤쫓았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나도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그의 손을 잡고 잠시 힘을 주었다. 그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그가 말했다.

"조제, 이건 말이 안 되요. 우리 모두 무슨 짓을 한 거죠?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죠?"

조제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면 미쳐버리게 돼요." 












"우리는 모두 사랑의 열정이 대도시의 한가운데에 만들어내는 이런 조그마한 구역들을 알고 있다."

"젊음이 맹목에 자리를 내줄 때, 행복감을 그 사람을 뒤흔들고 그 사람의 삶을 정당화하며, 그 사람은 나중에 그 사실을 틀림없이 시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