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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우리 얼마나 함께 _ 마종기

by yoni_k 2014.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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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나는 내가 비료를 주고 잎을 닦아 키운 내 꽃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관계를 맺지 않은 꽃들은 아름다울지는 몰라도 그 이상 내 관심을 끌지 못한다. 아무리 꽃이 환해도 그냥 그러려니 할 뿐, 큰 감흥이 없다. 그 꽃들은 내게 가슴 벅찬 기쁨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그 이름이 무엇이든 내 손을 뻗어 내 시간과 정성을 들인 꽃이란 것을 알았다. 그런 이상하고도 특별한 관계에서 오는 인연과 기쁨과 관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틀립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나는 오늘도 꽃에 맞는 비료를 찾아 꽃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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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비록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해도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으라고 하던 말. 나는 왠지 평생보다 더 긴 세월을 외로워했을 파타고니아의 그 춥고 흐린 하늘을 계속 올라다보면서 며칠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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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간단한 구도, 모든 게 지워지고 극도로 생략된 세상을 황홀하게 좋아한다. 한 개뿐인 지상, 한 개뿐인 이름, 한 개뿐인 사랑, 한 개뿐인 사유와 한 개뿐인 색깔, 한 개뿐인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