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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_ 파트리크 쥐스킨트

by yoni_k 2012. 1. 30.


그들은 당황하여 그를 주시했다. 외경심에서 그러는 거처럼 모두들 반걸을 뒤로 물러나 당혹스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퀸을 희생시키고 비숍을 G7에 두다니! 모든 것을 다 알면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렇게 한 것이었다. 그는 태연하고 도도하게 앉아 잇었다. 그런 그의 모슨은 창백하고 냉담하고, 그리고 아름다웠다. 그 순간 그들의 눈은 촉촉이 젖어 들고 심장은 따스해졌다. 원하면서도 자신들은 결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그런 체스를 실제로 그가 두고 있지 않은가. 그가 왜 그렇게 두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가 자살하듯이 모험적으로 두고 있는 것을 어쩌면 그들은 예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은 장과 달리 그 젊은이가 하듯이, 자신들도 당당하게 승이를 확신하면서 둘 수 있기를 바랐다. 나폴레옹처럼 말이다. 망설이면서 소심하게 두는 장의 체스를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들 자신도 그와 변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좀 나을 뿐이었다. 장의 체스는 이성적이었다. 차근차근 정석대로 두어, 진을 뺄 정도로 진부하기 짝이 없었다. 반대로 흑은 한수 한수를 둘 때마다 기적을 일으켰다. 그들은 이런 행동 앞에서 마음 깊이 감동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둘 것이다. 그리고 기쁘거나 괴롭거나 그들은 한발 한발 끝까지 그를 따를 것이다. 지금 그는 그들의 영우이고, 그들은 그를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