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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_ 김연수

by yoni_k 2012. 3. 1.




"그건 그 남자의 말이 맞아, 누나. 이 세상을 지배하는 건 우연이야. 시골이라면 자연이겠지만, 도시에서는 우연이야."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남이랄 수 있는, 따져보면 육촌이 말했다.

"하긴 우리가 이렇게 만나서 떠들어대는 것도 말하자면 운연의 힘이랄 수 있는 거지. 오늘 아침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너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니까. 그렇게 치면 옆에 앉은 네 아내를 만난 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어. 같은 택시에 두번 탈 확률을 생각해봐."

"그러니까 우리가 만날 때는 서로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처럼 만난다. 인연에는 우연이 없다."









종현은 아니라고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나는 아까 소월길에서 들었던 소프라노의 목소리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 아름다운 목소리가 어떻게 내 영혼에 생긴 상처를 어루만졌는지, 그 아리아를 들으며 멀리 보이던 도시의 불빛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순간, 어떻게 갑자기 지난 일 년 동안의 외로움이 물밀듯이 내게 밀려왔는지, 이별의 기억이 얼마나 내 안에 머물러 있었는지, 그 아리아가 끝날 때까지, 그리고 그 아리아가 끝나고 난 뒤에도 얼마나 오랫동안 내가 얼굴로 불어오는 바람을 고스란히 맞았는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