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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달과 6펜스 _ 서머싯 몸

by yoni_k 201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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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서머싯 모옴이 쓴 글. 


예술가로 산다는 건 무엇인가?

아니, 내 안에 표현의 욕구가 있다는 것, 표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것이 내재되어 있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내 안에도 이러한 열정, 욕구가 있었을까. 있었다면 나는 그 감정에 솔직했었나.


아니 현재 존재하는 나의 열정,욕구에 대해 나는 반응하고 있나.?

생각하게 되는 책.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했던 화가. 

선택과 집중에 대한 책.


미치광이가 아닌, 자신의 생각에 온전히 반응했던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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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들의 의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허세이다. 그것은 남들이 자신의 조그만 잘못들을 비난할때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들은 아무도 그 잘못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정말 전혀 상관않는 사내가 여기 있었다. 그러니 인습 따위에 붙잡혀 있을 사내가 아니였다. 이 사내는 온몸에 기름을 바른 레슬링 선수처럼 도무지 붙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자는 도덕의 한계를 넘어서 ㄴ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이런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이것 보세요. 모두가 선생님처럼 행동한다면 세상이 어찌 되겠습니까?"

"어리석은 소리를 하는군, 나처럼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줄 아오? 세상 사람 대부분은 그냥 평범하게 살면서도 전혀 불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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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서 얻는 가르침은 작가란 글쓰는 즐거움과 생각의 짐을 벗어버리는 데서 보람을 찾아야 할 뿐, 다른 것에는 무관심하여야 하며,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나 실패는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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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에도 그림 그리기를 한 번도 중단한 일이 없었다. 하지만 화실에 나가는 일엔 금방 싫증을 내서 결국에는 전적으로 혼자서 그렸다. 캔버스와 물감을 사지 못할 만큼 궁해본 적은 없었고, 사실 그 밖의 것은 별로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가 그림을 그리는 데 퍽 애를 먹었던 것 같다. 워낙 남의 도움을 받기 싫어 하는 성미라, 앞선 세대들이 이미 하나씩 하나씩 발견해 놓은 기법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죄다 혼자 힘으로 발견해 내느라고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무엇인가를 목표 삼고 있긴 했지만,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었고 자기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가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 같다는 인상을 이번에는 더 강하게 받았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림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은 자기 그림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꿈속에서 살고 있었고, 현실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직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붙잡으려는 일념에 다른 것은 다 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격렬한 개성을 캔버스에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림 그리기를 마치면, 아니, 그리기를 마친다기보다 - 그림을 완성시키는 일은 좀처럼 드물었으니까- 자신을 불태운 열정을 소진시키고 나면, 그것에 관해서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기가 한 일에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마음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환상에 비하면 일의 결과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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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남편을 진심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애무와 육체적 위안에대한 여성적 반응, 대개의 여자는 마음속으로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사랑이라는 것을 그 이상으로 치지는 않았다. 그것은 포도 넝쿨이 아무 나무나 타고 자라듯, 어떤 대상을 통해서도 일어날 수 있는 수동적인 감정이다. 세상의 지혜는 그런 감정의 힘을 알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를 원하면 여자에게 그 남자와 결혼하라고 부추긴다. 사랑은 나중에 절로 생기게 마련이라고 장담하면서. 그것은 안전감에서 오는 만족, 재산에 대한 자랑스러움, 누군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오는 즐거움, 가정을 가졌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 등이 어루러진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감정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에 지나지 않는데, 여자들은 거기에 무슨 정신적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감정도 열정을 막아낼 방비책이 없다. 나는 블란치 스트로브가 스트릭랜드를 격렬하게 싫어했던 이유는 처음부터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나 같은 사람이 그 불가해하게 얽히고 설킨 성의 문제를 어찌 풀 수 있으랴. 하여가 스트로브의 열정은 그녀의 그런 본성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는지 모른다. 그녀가 스트릭랜드를 싫어했던 것은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힘이 그에게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남편이 스트릭랜드를 데려오겠다는 것을 격렬히 반대했을 때만 해도 아마 그것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왠지 그가 무서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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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릭랜드가 왜 갑자기 그름을 보여주겠다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잘됐다 싶었다. 작품은 사람을 드러내는 법이다. 사람이란 사교적인 교제를 통해서는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외양만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람을 진짜로 알기 위해서는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소한 행동이라든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스치는 순간적인 표정을 통해 추론하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가면을 너무 천저히 쓰고 다니다가 정말 그 가면과 같은 인격이 되어버리는 일도 있다. 하지만 책이나 그림은 진짜 모습을 꼼작없이 드러내고 만다. 겉만 그럴싸한 것은 곧 속이 텅 비어 있음을 나타낼 뿐이다. 욋가지를 쇳조각처럼 칠한다 해도 쇳조각처럼 보일 리는 없다. 아무리 특이하게 꾸민다 해도 평범한 정신을 감출 수는 없다.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작품에서도 날카로운 관찰자는 영혼의 깊은 비밀을 읽어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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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받은 인상이란 정신의 어떤 사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거대한 안간힘이 거기에 있었다는 점이었다.나를 그처럼 당황하게 만든 원인도 바로 그러한 면에 있는 것 같았다. 스트릭트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찾는 미지의 그것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뒤틀었다. 사실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그름들에 혼란과 당혹감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뚜렷이 드러나 있는 정서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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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괜찮아. 틀림없어. 이 사람은 그림 그리는 일이 아주 끔직했을 걸.

후에 나는 비엔나에서 피터 브뤼겔의 그림을 몇 점 보았는데, 그제야 스트릭랜드가 왜 그에게 끌렸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또한 자기만의 세계에 대한 비전을 품은 인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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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사람들이 틀에 박힌 생활의 궤도에 편안하게 정착하는 마흔일곱 살의 나이에, 새로운 세계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던 그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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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은 자네를 영락없이 미친 사람으로 생각했겠군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았네, 내가 그렇게 행동했다기보다 내 속에 있는 뭔가 강한 충동이 그렇게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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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딱한 친구야, 자넨 예술가가 된다는 게 뭔지 모르고 있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