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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기억할 만한 지나침 _ 김연수

by yoni_k 2012. 3. 1.





그녀의 엄마는 자신이 착한 여자였기 때문에 인생을 실패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녀는 엄마의 특이한 가정 교육, 그러니까 싸지도 않은 여성적인 옷들을 사들여 그녀의 옷장에 채워넣거나, 적이 안감한 색상의 아이라이너 따위를 자기 몰래 콘솔 위에 올려두는 일들보다도 엄마의 말투나 행동거지에서 드러나는 실패의 느낌에 딸로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게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거나 엄마의 유난스런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얘기는 아니었고, 다만 그런 과정을 거쳐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뜻이다. 그게 누구든 그녀는 그들이 원하는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원하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것들이었다. 더 아름다워지기를, 더 매력적이기를, 혹은 더 사랑스러워지기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공이니 실패니 하는 따위의 것들이 아니었다. 그녀가 점점 고통에 끌리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 욕망은 참으로 낯설기만 했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현과 같은 남자와 결혼한다면, 고통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 세계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실제로 그녀 역시 현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현을 사랑하는 일에는 아무런 고통이 없었다. 그렇게 부르는 게 정확한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바다는 좋았나요?"
"밤이 더 좋았어요. 보지 않고 상상할 때가 더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