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락 _ 박민규
곧이어 아시아와 인디아 두개의 대륙처럼, 좌뇌와 우뇌가 충돌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히말라야 같은 것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아아, 절로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급속도로 머리속이 뜨거워졌고, 언뜻 치솟은 히말라야의 산정에서 눈사태, 같은 것이 일어났다. 감정과 상관없는 눈물과 콧물이, 그래서 마치 홍수처럼 뿜어져나왔다.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너가 없었다면 이토록 아프진 않을 텐데 라며, 비좁은 두개골 속에서 서로를 밀고 밀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이미 좌뇌의 나와 우뇌의 나로 분명하게 나뉘어있었다. 뭐가 이래, 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를, 그 순간부터 나는 상실한 것이었다. 분하지도, 슬프지도, 참담하지도 않았다. 돌이켜보면, 껍질이 깨진 호두에게 또 무슨 감정이 ..
2012. 1. 30.
사양 _ 다자이 오사무
작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재작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전년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 이런 재미있는 시가, 전쟁이 끝난 직후 어느 신문에 실렸었는데, 정말로 지금 생각해 보아도, 갖가지 사건이 있었던 듯하면서도 역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든다. 내 가슴에 문득, 아버님과 나스 들판을 드라이브하다가 도중에 내렸을 때의, 들판의 가을 경치가 떠올랐다. 싸리꽃, 패랭이꽃, 용담, 마타리 등의 가을 꽃들이 피어 있었다. 산포도의 열매는 아직 푸른빛이었다. 그리고 아버님과 비와 호에서 모터보트를 탔을 때, 내가 물에 뛰어들자, 수초 사이에 사는 작은 물고기가 내 다리에 닿았고, 내 다리의 그림자가 호수 바닥에 뚜렷이 비쳐 움직이던 모습이, 아무런 맥락도 없이 문득 가슴에 떠올랐다가 사..
2012.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