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9 청춘의 문장들 _ 김연수 _ 내게 삶이라는 건 직선의 단순한 길이 아니라 곡선의 복잡한 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때다.그게 사랑이든 복권이든 당첨이든, 심지어는 12시 가까울 무렵 버스를 기다리는 일이든 기다리는 그 즉시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다. 효율성과 경제성의 시각으로 냉정하게 검토하자면 삶이라는 건 대단히 엉성하게 만든 물건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원하는 순간에 얻을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깔끔할까? 그렇다면 술에 취해서 통화를 거부하는 사람의 음성사서함에다 대고 질질 짜는 소리를 한다거나 고작 변 심한 애인 때문에 M16A1 소총이라는 무시무시한 흉기를 들고 사회에 나온다거나 피곤한 하루를 역시 피곤한 운전기사와 함께 버스의 배차간격의 문제점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토론하며 끝내는 일 따위는 없어질텐데.. 2012. 1. 29.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