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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행복, 그 짙은 여운

by yoni_k 2012. 11. 26.

올해 여름 아내와 함께 한 9일간의 로마 ․ 스위스 여행은 환상적이었습니다. 그 여정은 마법의 순간들로 반짝입니다. 로마에서 맞은 첫 아침에 마신 ‘중년 남성의 멋’처럼 그윽한 커피 한잔의 맛, 캄파돌리오 광장에서 느낀 에너지의 상승, 판테온의 눈을 통해 본 ‘영혼의 눈’, 로마 뒷골목 음식점에서 맛본 살아 숨 쉬는 면발,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준 감동.

 

헤르만 헤세가 반평생을 보낸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헤세 루트(Herman Hesse Route)’를 걸으며 함께 한 바람, 성 아본디오 묘지에 있는 헤세의 소박한 무덤에서 한 생각, 활짝 핀 꽃과 싱싱한 식재료로 일상의 기쁨을 전해준 루체른 카펠교의 아침시장,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 융프라우요흐의 풍경, 아인슈타인의 흔적을 쫓아왔으나 그를 잊게 만든 취리히 공과대학 청춘들의 학습열…….


문득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만약 이때로 다시 갈 수 있다면 돌아갈 것인가?’ 대답은 ‘아니’입니다. 이 여행은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더 더할 것도 없고 빼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김화영 선생의 <행복의 충격>을 읽으며 언뜻 공감했던 짧은 ‘머리말’을 이제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직 ‘행복의 충격’ 속에 서 있던 14년 전 나는 얼마나 젊었던가. 그리고 이제 다시 그 충격의 여운 속에 서 있는 나는……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충격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는 또한 아름답다.”

 

몇 십 년이 흐른 후에도 내 대답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영혼의 깊숙한 곳에서 일찍이 꿈꾸어본’ 풍경과 공간을 본 듯합니다. 그런 것들을, 느낌과 감동을 일상에서 발견하고 키우고 싶습니다. 이것 또한 여행이 준 선물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또 떠날 것입니다. 떠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젊기에.

 

“‘다른 곳’은 공간에 있어서의 미래이다. ‘다른 곳’과 ‘내일’ 속에 담겨 있는 측정할 길 없는 잠재력은 모든 젊은 가슴들을 뛰게 한다.

 

떠난다, 문을 연다, 깨어 일어난다, 라는 동사들 속에는 청춘이 지피는 불이 담겨 있다.”

- 김화영, <행복의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