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
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
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
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
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
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 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출처] [문학일기 56] 기억의 행성/ 조용미/ 문학과지성사|작성자 그리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