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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_무라카미하루키

by yoni_k 2016. 9. 12.



어쨌든 강에 도착해서 롱펠로 다리 언저리의 산책길을 달리기 시작하면, 나는 낯익은 장소로 돌아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 이 '편안한 느낌'을 좀더 긴 문장으로, 한자를 곁들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아, 여기 나라는 인간은 이렇게 근복적으로는 별 의미도 없이 - 그러나 사실은 좋든 싫든 단편적인 에고를 지니고- 살아가려 하고 또한 살아가는 비합리적이고 미소하며 잡다한 수많은 존재 중 하나구나"라는 실감이 불현듯 다가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일일이 말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길어질테니 아주 간단히 말해, 그냥 '편안한 기분'이다. 



나는 그런 실감나는 흐름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자연이라는 거대한 모자이크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아이슬란드 시간 속에서는 양 300마리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는 것도 그리 큰 수고가 아닐지 모른다. 이끼투성이의 광활한 아이슬란드 황야를 한가롭게 자동차로 달리다보면 '그런 인생도 나쁘진 않겠다'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