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_ 밀란쿤테라

by yoni_k 2014. 2. 13.




아, 역시 문호의 작품은 다르구나.

처음접한 밀란 쿤테라의 문체는 완전 나를 압도했다.


간결하고 힘있는 어조로 이어가는 굳건한 메세지가 정말 매력적이었엉..



아직은 전체적으로 스토리가주는 심연의 이야기는 파악을 못하겠다만,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리고 그 가벼움의 이중성을 다분히 느꼈던 스토리!






_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 -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





_

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한 번밖에 살지 못하고 전생과 현생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현생과 비교하여 후생을 바로잡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토마시는 독일 속담을 되뇌었다.  enimal ist keinmal.  한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_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이 욕망은 오로지 한 여자에게만 관련된다.)





_

우연만이 우리에게 어떤 계시로 나타날 수 있다. 필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 기다려 왔던 것, 매일 반복되는 것은 그저 침묵하는 그 무엇일 따름이다. 오로지 우연만이 웅변적이다.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_

그러나 배신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배신한다는 것은 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배신이란 줄 바깥으로 나가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것이다. 사비나에게 미지로 떠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






_

사비나는 그녀를 둘러싼 공허를 느꼈다.


..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이다.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사비나 역시 배신의 욕망 뒤에 숨어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모른다.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것이 목표일까? 







-

그녀는 자신에게 참을성이 없었던 것을 후회했다. 함께 더 오래 있었더라면 그들은 조금씩 그들이 사용했던 단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어휘는 너무도 수줍은 연인들처럼 천천히 수줍게 가까워지고, 두 사람 각각의 음악도 상대편의 음악 속에 녹아들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이제 너무 늦었다. 






-

" es muss sein!"  이라는 말이 그에게는 운명의 신이 몸소 발설한 것처럼 점차 장언한 톤을 띤 듯 느껴진 것이다. 

...

이렇듯 베토벤은 희극적 영감을 진지한 4중주로, 농담을 형이상학적 진리로 환골탈태시킨 것이다. 이것은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것으로의 전이(파르메니데스에 따르자면 긍정적인 것이 부정적으로 변화한 것)이라는 흥미로운 예다. 








-

토마시와 테레자의 사랑은 그와 다른 여자와의 사랑이 끝났던 시점에서 정확하게 시작되었다. 그 사랑은 그를 여자 사냥에 나서게 했던 필연성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테레자의 그 어느 것도 들춰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완전히 드러난 상태인 그녀를 만난 것이다. 그는 세계의 육체를 열기 위해 사용하는, 그의 상상력 메스를 채 손에 쥐기도 전에 그녀와 정사를 했던 것이다. 그녀가 정사 중에 어떠할 거라고 궁금해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이미 그녀를 사랑해 버린 것이다. 






그는 이 말이 이해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해졌다. 예기치 못한 돌연한 도취감이 느껴졌다. 아내에게 그녀와 아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던 그날 느꼈던 것과 똑같은 검은 도취감. 의사 직업을 영원히 포기하겠다고 쓴 편지를 우체통에 던져 넣었던 그날 느꼈던 것과 똑같은 검은 도취감. 그가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그가 원하는 바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_

플라톤의 향연의 유명한 신화를 떠올렸다. 옛날에 인간은 양성을 동시에 지녔고, 신이 이를 반쪽으로 분리해서 그때부터 서로 반쪽을 찾으려고 헤맸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우리 자신의 잃어비린 반쪽에 대한 욕망이다.






-

토마시와 그녀, 이들은 함께 있으며 홀로 있게 되었다.






_

그것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이다. 테레자는 카레닌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조차 강요하지 않는다. 그녀는 인간 한 쌍을 괴롭히는 질문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그가 나를 사랑할까? 나보다 다른 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그가 나를 더 사랑할까? 사랑은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탐색하고 검토하는 이런 모든 의문은 사랑을 그 싹붜 파괴할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사랑)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

그녀는 꼼짝도 않고 서서 그로부터 눈길을 돌릴 수 없었다. 토마시가 늙어 보였다. 머리카락에 회색이 감돌았고 어색하게 일하는 그 서툰 모습이란 트럭 운전사가 된 의사의 어색함이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은 한 남자의 서투름이었다.


..

그녀의 가슴이 회한으로 묵직해졌다. 


..

그녀는 그가 자기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고 속으로 항상 그를 비난했다.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에는 조금도 흠잡을데가 없지만, 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단순한 자만심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제 그녀는 자기가 얼마나 부당했는지 깨달았다









-

"임무라니, 테레자, 그건 다 헛소리야. 내게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

토끼로 변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그가 힘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부터 두 사람 모두에게 더 이상 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들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오고갔다. 테레자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안개 속을 헤치고 두 사람을 싣고 갔던 비행기 속에서처럼 그녀는 지금 그때와 똑같은 이상한 행복, 이상한 슬픔을 느꼈다. 이 슬픔은 우리가 종착역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