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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노르웨이의 숲 _ 무라카미 하루키

by yoni_k 2014. 2. 12.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더욱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 작 "노르웨이의 숲"


와타나베, 나오코, 미도리, 나가사와. 

등장인물 모두 깊이 스며드는 매력적인 캐릭터. 

책을 덮고나서 드는 오묘한 감정은 뭐라 정의할 수 없는 미묘한 청춘의 감성을 긁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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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참 이상하다. 실제로 그 속에 있을 때 나는 풍경에 아무 관심도 없었다. 딱히 인상적인 풍경이라 생각하지도 않았고, 열여덟 해나 지난 뒤에 풍경의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솔직히 말해 그때 내게 풍경 따위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그때 내 곁에서 걷던 아름다운 여자에 대해 생각하고, 나와 그녀에 대해 생각하고, 그리고 다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뭘 보고 뭘 느끼고 뭘 생각해도, 결국 모든 것이 부메랑처럼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고 마는 나이였다. 게다가 나는 사랑에 빠졌고, 그 사랑은 나를 몹시 혼란스러운 장소로 이끌어 갔다. 


...


우리는 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나는 생각해 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그렇게나 소중해 보인 것들이, 그녀와 그때의 나, 나의 세계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그래, 나는 지금 나오코의 얼굴조차 곧바로 떠올릴 수 없다. 남은 것은 오로지 아무도 없는 풍경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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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오코에 대한 나의 기억이 내 속에서 희미해질수록 나는 더 깊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왜 나에게 "나를 잊지마."라고 말했는지,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물론 나오코는 알았다. 내 속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그랬기에 그녀는 나에게 호소해야만 했다. "나를 언제까지마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줘."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프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