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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청춘 _ 심보선

by yoni_k 2013. 6. 25.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를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모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번 뿐이라는 청춘이라는